VlogB

2022년 8월 20일

팬데믹으로 인해 난자를 냉동시키는 여성들이 급증했다. 가임력을 보존하려는 흐름은 코로나19가 끝나도 지속될 전망이다.

사라 세이겔은 그동안 만나던 연인과 지난 2020년에 헤어졌다. 하지만 이별의 고통보다 마음을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게 있었다.

당시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와 극으로 치닫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이번 이별로 인해 앞으로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잃게 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팬데믹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만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나이 때문에 임신에 대한 압박을 받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어떤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게 됐다. 그가 팔로우하던 인플루언서가 난자 냉동 시술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난자 냉동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저 남의 일 같았던 난자 냉동이 자신도 해볼 만할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고 향후 내게 생길지 모를 어떤 상황에 대한 대책도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달 후 세이겔은 첫 번째 난자 냉동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12월에도 시술을 반복했다. 아직 수정과 이식까지 한 것은 아니지만, 세이겔은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해 "걱정을 놓게 됐다"고 했다.

팬데믹 속에서 난자 냉동을 위해 클리닉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어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냉동을 위한 난자 채취량은 팬데믹 이전보다 39% 늘었고, 2020년 여름 영국 기준을 따져봐도 관련 문의가 전년도에 비해 50% 증가했다고 한다.

팬데믹이 가족 계획에 차질을 준 여성들이나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임신을 연기한 커플들에겐 가임력을 보존하는 게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기술에 힘입어 아이를 갖는 게 마냥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를 하는 이들이 늘면서, 여성들의 자율성과 가족 계획에 대한 사고 방식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할 수는 없어

난자를 냉동시켜 보존하는 기술은 1980년대에 개발됐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임신이 어려운 여성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은 채취, 냉동, 해동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초기엔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쓰이던 난자 냉동이 요즘엔 선택에 따른 시술이 됐다.

2000회 이상 난자 냉동 시술을 집도한 생식내분비학자, 바트-셰바 매슬로우는 난자 냉동 기술은 지금 당장 출산을 할 수 없는 여성이 향후 가임력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기회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졸자이며 지식 노동자인 30대 중반의 독신 여성, 세이겔은 이런 난자 냉동의 대표 사례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 선택으로 난자를 냉동시킨 여성들은 보통 36세에서 40세 사이의 백인이며, 결혼을 하지 않았고, 고등 교육을 받았으며, 직장이 있었다.

이들 중 다수는 특권적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LA에서 활동하며 불임과 유산, 임신 여성을 지원하는 코치인 엘리자베스 킹은 "불행하게도 난자 냉동은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자비로 난자 냉동을 하려면 영국에선 7000~8000파운드 정도가 들고 미국에선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정도를 내야 한다. 보통 돈이 많거나 특정 산업에서 일하는 이들만 난자 냉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이유다.

어떤 여성들은 직장 내 모성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난자 냉동을 지원받는다. 이들은 압도적으로 고위직 화이트 칼라이고, 주로 테크 분야에서 일한다.

킹은 "가정을 꾸리는 것을 우려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유인책의 일환으로 난자 냉동을 지원하는 신생 테크 기업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보통 난자 냉동을 하는 여성 대부분이 고소득층에 속한다는 의미죠."

그러나 분명 난자 냉동 시술을 받는 이들의 폭이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적 상황이 빠듯해지고 일자리가 유동적이며 팬데믹이 지속되는 전 세계적 상황을 우려해 아이를 갖는 것을 미루는 커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킹의 설명이다.

그는 또 특히 30대 후반 및 40대 초반 여성들, 흑인 및 라틴계 여성들 사이에서 난자 냉동을 문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난자 냉동에 대한 이러한 관심 이면에는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것과 임신을 보조하는 기술 발전이 놓여 있다. 1970년대 이래 영국에서는 첫 아이를 출산하는 평균 연령이 점차 높아져 현재 사상 최고치인 30.7세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마흔이 넘어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의 수가 사상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의 원인은 다면적이다. 효과적인 피임법, 교육 및 노동 시장 참여 확대 등으로 여성은 당장의 임신만이 아니라 더 많은 기회와 선택권을 갖게 됐다.

반면 국가가 지원하는 보육은 부족하고 주거비용은 상승했으며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로 인해 아이를 원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시간 벌기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난자 냉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2022년 4월 '퓨 리서치 센터'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정기적으로 데이트를 하는 이들의 4분의 3이 팬데믹 시기에는 누군가를 만나는 게 어려웠다고 답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세이겔처럼 파트너를 찾지 못할까봐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팬데믹 속에서 확대된 원격 근무는 일부 여성들이 난자 냉동 시술에 참여하는 걸 보다 쉽게 만들었다. 세이겔은 근무 환경이 유연해지자 시술을 위한 상담 약속을 쉽게 잡을 수 있었고 가임력 보존 시도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라이프스탠스 헬스'의 최고 의료 책임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아니샤 파텔-던은 보다 근본적으로 팬데믹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삶 속의 선택에 대해 숙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팬데믹으로 많은 이들이 실존의 위기를 겪으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나? 나의 파트너는 정말로 내게 적합한 사람일까?' 등의 질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기 성찰이 지금 당장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나타난 거죠."

킹도 팬데믹의 불확실성이 난자 냉동을 급증시킨 주 요인 중 하나라는 데 동의한다. 그는 "사람들은 고립된 상태에서 자신의 미래를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커플이 아닌 여성들은 난자 냉동이 '시간을 벌어줄'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커플들도 세상이 더 안정되거나 재정 상황이 더 좋을 때 가족을 꾸릴 의도로 배아를 얼렸고요."

로라 폼머가 난자 냉동을 결심하던 당시의 상황도 비슷했다. 텍사스에 사는 폼머와 그녀의 전 남편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약 한 달 전 이혼을 결정했다. 봉쇄가 한창이던 시기에 새로운 홀로서기를 시작한 서른일곱 살의 폼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그 시간동안 저는 살아오면서 제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고 원하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난자를 얼리기로 했죠." 폼머는 부모의 지원으로 시술을 받았다.

엄연한 현실

난자 냉동의 확산은 분명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시술을 받으려는 이들이 따져봐야 할 요소들도 있다.

폼머와 세이겔은 초기 난자 냉동 과정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세이겔은 약물을 주사하는 몇 주간의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며, 이 기간 동안 운동도 할 수 없어서 타격이 굉장히 크다고 했다.

폼머 또한 한 달간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고군분투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 주사를 맞고) 며칠 후 난자를 채취했다"며 "그 과정은 순조로웠지만 며칠 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몸의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시술의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클리닉들이 냉동 난자를 사용한 임신의 성공 가능성을 과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가임력 보존을 안전 장치가 되어있는 보험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영국 정부 기관 '인간생식배아관리국' 자료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해동시킨 냉동 난자 중 15%만이 수정돼 착상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서 13%만 임신이 됐다. 총 1204개의 해동 난자 중 22개만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성공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는 난자를 얼리는 당시의 나이다. 5개 난자를 얼렸을 때, 냉동 당시 35세 미만의 여성이 아이를 가질 확률은 18%이지만 35세 이상은 7%로 확률이 낮아졌다.

얼마나 많은 난자를 얼리는지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클리닉에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난자 냉동을 권한다. (채취되는 난자의 수는 사람마다 다르다. 35세 미만의 여성의 경우 평균 15개 정도지만, 42세 이상의 여성의 경우 6개 정도다.)

그러나 난자를 많이 얼리려면 비용이 늘어나고, 어떤 사람들에겐 이런 시도 자체가 금지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공률과 함께 난자 냉동 비용이 높다는 것은 가능성을 약간이라도 높이기 위한 비용이 크다는 뜻이다.

또 일각에선 난자 냉동 후 성공적인 임신이 가능한지 여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킹은 "(그러면) 난자를 냉동시킨 여성들이 건강한 배아나 건강한 출산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닉에선 난자 냉동과 관련해 몸에 나타나는 변화와 정신적 어려움은 물론, 실제 현실을 충실하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삶을 내것으로

팬데믹이 다소 수그러든 상황에서도 난자 냉동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장기적으로도 이것이 사람들의 가족 계획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매슬로우는 "우리가 아이를 낳을지는 물론 언제 몇 명이나 낳을지 등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이러한 결정이 거주, 직장, 소비, 절약뿐 아니라 물리적 정서적 안녕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출산에 대한 계획은 우리의 삶에 대한 계획의 일환이 되죠."

매슬로우는 앞으로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킹은 일부 여성들이 출산에 대한 통제력을 향유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이나 미래 설계에 대해 더 많은 자율권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킹은 이러한 선택권이 시술 비용을 댈 수 있는 중산층에게만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난자 냉동을 선택한 이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대로 계획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폼머는 시술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거나 직장 경력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압박감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상황이 조금 "진정"되면 아이를 갖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저는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대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유연하게 맞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이 삶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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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uncey Koziol

Update: 2024-07-13